2008년 07월 18일
酒酒클럽 007-2. 이 맥주는 9000년을 갈 맥주다! 믿음으로 맛이 만들어진 기네스 맥주 (2)

위의 사진은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 외곽의 어느 지역.
지금은 사람들로 번화한 곳이지만, 1759년의 이곳은 잡초만 무성한 황량한 땅이었다.
인적조차 드문 이 곳에서 그나마 사람의 자취를 찾아본다고 한다면,
그것은 다 허물어져 가는 건물 한 채 뿐이었다.
어떻게 서 있는 지가 궁금할 정도로 너덜거리는 이 건물의 현판에는
brewery란 글자가 건물만큼이나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부츠 바깥으로 비죽이 나온 바지, 윗단추를 두 서개 풀어 놓고
소매를 잔뜩 꾸겨 말아 올린 셔츠.
자유분방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복장의 아일랜드 젊은이가
입에 담배를 물고 그 너덜거리는 건물 앞에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젊은이의
옆에서 단정한 양복을 입은 중년의 사내가 미소를 한껏 지으며 말했다.
[올해부터 양조장에 대한 세금이 고정된다네.
이 말은 계약하기에는 최고의 기회란 걸세. 그렇지 않은가?
이 가격이면 결코 나쁜 판단이 아닐세.
이미 준비는 다 되었네. 남은 건 자네의 사인뿐이라네.]
잉글랜드 출신의 중년 사내는 젊은이로부터 긍정적인 대답을 바라며
계약서를 내밀었다. 그러나 그의 기대와는 달리 젊은이는 담배를 입에서 떼고
한숨을 쉬더니 귀를 후비적거렸다.
[사람 죽을 때는 얼마요?]
[그, 그게 무슨 말인가?]
[계약서에는 사람 죽을 때, 얼마나 보상해준다고 써 있소?]
[이건 그냥 임대 계약서라네. 그런 내용이 있을리...] [잠깐!]
젊은이는 카이젤 수염의 사내의 말을 끊었다.
[이런 건물에서 그냥 일했다가는 사람을 매일 갈아쳐도 모자를거요.]
젊은이는 말과 동시에 발로 건물의 벽을 가볍게 찼다.
푸쉬시.. 힘빠지는 소리와 함께 금이 간 건물의 벽에서 흙이 우수수
무너져 내렸다. 중년의 사내는 지금 당장이라도 건물이 무너질 것
같은 걱정에 안절부절했다.
[위, 위험하게 뭐하는 짓인가?]
안절부절한 중년의 사내와 달리 젊은이는 침착하게 말했다.
[맞소. 당신 말처럼 이 건물은 위험하오. 겨우 발로 살짝 찼을 뿐인데 말이오.
난 *성 패트릭의 가호를 믿지만, 이대로 이 건물에서 일한다면,
사고가 발생할 것은 *성 패트릭이 아니어도 누구나 알 수 있소.
그러나 난 나와 나의 인부들이 이 건물에서 일할 수 있다고 믿소.
이 건물을 빨리 처분하고 싶다면, 좀 더 좋은 계약 내용을 제시해야 할 거요.]
(*성 패트릭 = 아일랜드의 수호성인)
중년의 사내는 얼굴을 일그러 뜨렸다.
[도대체 뭘 원하는가?]
[일년에 45파운드. 그 이상은 안되오.]
[억지 부리지 마시오! 이런 황량한 곳이지만,
그런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는 없소!]
[어짜피 가지고 있어봤자 세금부담만 생길 거요.
그리고 이런 폐허를 사람이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소.
그리고 이런 곳, 팔아봤자 얼마나 이득을 보겠소?]
중년의 사내는 마른 침을 삼키며 젊은이를 노려보았다.
[그래도 45파운드보다는 많을 거요.]
젊은이는 손가락을 가로 저었다.
[45파운드가 아니오. 40만 5000파운드요.]
젊은이의 말을 들은 중년의 사내의 눈이 의아함으로 커졌다.
[자네, 지금 내게 지독한 농담을 하는 건가?
아까 자네 입으로 년간 45파운드라고 하지 않았나?]
[아니오. 전능하신 신과 성 패트릭께 맹세코, 나는 당신과
당신의 자손들에게 40만 5000파운드를 지불할거요.]
[당신 자손들?]
중년의 사내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연간 45파운드로 계약하는 대신, 9000년간 이 건물을
빌리겠소. 괜찮지 않소? 당신 만이 아니라,
당신 자손들까지 연간 45파운드의 연금을 받게 되는 거요.
그리고 당신이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는 돈이면,
당신이 생각하는 합당한 가격을 제하고도 남을 거요.]
중년사내의 의아함은 곧 기쁨으로 바뀌었다.
사실 이런 거지같은 건물을 사거나 빌리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지나마 팔려고 해도 건물을 부수어야 했는데,
그러면 땅을 팔아도 남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이 청년은 그것을
빌리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9000년 동안!
이 정도면 거의 양조장을 팔다시피 한 것이지만,
적어도 누구에게라도 판 것 이상의 이익이 있었다.
[좋소! 조금 손해보는 것 같지만, 계약하리다!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하니 잠시 기다려 주시오.]
중년사내는 허둥지둥 마차로 돌아갔다. 누군가 젊은이의
어깨를 툭쳤다.
[아서, 왜 그런 이상한 계약을 왜 한거야? 여기서 맥주를
만들어 판다고 해도 이익을 볼까 말까인데, 9000년이라니,
그 때쯤이면 저 재수없는 잉글랜드 놈은 커녕
우리 조국 아일랜드조차도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고.
이런 황당한 계약은 듣고 보지도 못했다구.]
아서라고 불린 젊은이는 자신의 어깨를 친 인물에게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에드,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맥주가 지금까지의 맥주였다면,
분명 이 계약은 미쳤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계약일거야. 하지만,
지금 내가 만들려고 하는 건 그런 맥주가 아니야.
이 황당한 계약만큼이나 누구도 듣고도 보지도 못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맥주를 만들겠어. 그건 1000년,
아니 9000년이 지나도 사람들이 마실, 그런 맥주인거야!]
젊은이는 허리를 굽혀 아까 자신이 발차기로 떨군 흙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영원토록 남을 맥주가 바로 이 64에이커의 황량한 땅에서
탄생할 거야. 두고보라구. 9000년을 넘어설 맥주를!]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외치는 젊은이의 나이는 34세.
그 이름은 아서 기네스. 그는 단순히 허름한 양조장을 계약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시간을 넘어서, 멀고도 먼 미래를 계약한 것이었다.

안녕하십니까? 不撤晝夜(불철주야), 不撤晝酒(불철주주)의 gargoil입니다.
오늘은 기네스 2부작의 마지막 편 맛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그러기에 앞서
우리는 기네스의 맛이 어느 한 남자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 것입니다. 바로 전 리뷰에서도 언급했던 기네스 맥주의
창시자, 아서 기네스에 대해서 말이죠.
먼저 아서 기네스의 계약만 생각해 보죠. 9000년이나 계약한다는 건
정말 황당한 도박입니다. 적어도 굉장한 자신감의 소유자나 미치광이가
아니고서는 생각도 못할 일이죠.
그러나 그의 업적을 생각해본다면, 아서 기네스는 분명 굉장한 자신감의
소유자이자 도전자였던 거 같습니다. 그의 자신감은 멋지게 성공하였는데,
왜냐하면 그가 우리가 마시는 흑맥주, 즉 스타우트의 발명가이기 때문이죠.

사실 흑맥주는 전혀 색다른 제조법에 의해 만들어진 술이 아닙니다.
흑맥주의 발효공법은 당시의 맥주였던 포터맥주와 같은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나 빛깔과 맛, 그리고 향은 전혀 달랐습니다.
검은색에 가까운 흑단과 같은 빛깔, 구수하면서도 고소한 향기,
그리고 당시 어느 맥주와도 비교할 수 없는 진한 맛.
그것은 그 자체로 혁명이었습니다.

아서 기네스가 이 맥주에 다가서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습니다.
아서는 맥주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애주가였습니다. 그가 맥주를 만들고자
결심한 것은 순전히 취미를 넘어서 술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지요.
그는 처음 레익슬립 에 양조장을 만들었지만, 그것은 기존의 맥주와 별반
다르지 않은 맥주였습니다. 그 때문에 고심하던 그는 어는날
무심코 불위에 맥주의 원료인 맥아를 올려놓았다가 묘한 냄새가
나자 그제서야 자신이 실수로 불위에 맥아를 올려놓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타기 전에 맥아를 치우려는 순간, 그는 놀라운 발견을 하였습니다.
맥아가 타지 않고 매우 색다른 향을 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발견 후, 그는 맥아를 검은 색깔이 날 때까지 볶어서 맥주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검은 우단과 같은 색깔의 감미로운 초콜릿 향과
자극적인 캐러맬 향이 나는 맥주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흑맥주, 스타우트가 탄생한 것입니다.

1759년(세인트제임스게이트양조장 매입년도)의 일이다. 그래서 기네스 맥주라벨에는 1759 가 쓰여져 있는 것이다.
기네스 맥주는 1769년에 영국에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점차 무대를
세계로 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19세기에 들어서 엑스트라 스타우트를 만들어서
유럽 곳곳으로 퍼져간 기네스 맥주는 점차 미국, 러시아, 아프리카로 뻗어 갔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도 잊지 못할 1988년.
한 소년이 경기장에서 굴렁쇠를 굴리는 동안, 기네스에서는 맥주병 안에 공을
넣어 굴리기 시작햇습니다. 생맥주의 신선함을 간직하기 위해 맥주병안에 공모양의
질소가스통을 집어 넣은 것입니다. 이 가스통을 위젯 이라고 하는데,
위젯맥주로 생산 된 기네스 드래프트 는 만들어진지 3년 후인 1991년,
영국왕실에서 그 품질을 인정하는 퀸즈어워드를 수여하게 됩니다.

오늘날, 기네스 맥주는 종류를 불문하고 세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일랜드의 상징인 하프문양과, 흑맥주의 탄생년도인 1759
그리고 흑맥주가 탄생된 곳인 세인트제임스게이트양조장이 적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네스 맥주의 창시자의 이름인 Guinness만큼 이 맥주를 기억하게
해줄 공통점도 없을 것입니다.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아일랜드 제 1의 관광명소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 맛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죠.
맥주의 맛을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요?
그게 가능이나 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 가능합니다.
바로 여러분 자신의 혀가 정의내리고 있기 때문이죠.
사람마다 주관이 다른 것처럼, 맛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렇다면 국경을 넘어선 음식들이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건
무엇 때문일까요?
분명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맛이란 것은 분명 존재합니다.
흑맥주가 아직 태어나지 않던 시절,
영국 사람들은 모두 포터 맥주(고온에서 발효한 영국식맥주)를 즐겼습니다.
그러나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이지, 반드시 모든 사람이 똑같이 느끼고
똑같이 만족할 수 있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포터맥주에 기네스가 만족했다면,
아마 흑맥주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디선가 맛은 만국 만민에게 평등하다고 했습니다만,
맛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맛은 결코 평등할 수 없습니다.
바로 이 차이가, 사람간 맛의 차이가 아서 기네스의 자신감이 되었고,
불타는 맥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한 것입니다.
그가 믿었던 것은, 9000년을 갈 것이라고 믿었던 것은,
그 맛이 모든 것을 압도할 맛이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 맛이 자신에게 진정 맛있는, 새로운 맛이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기네스의 진정한 맛인 것입니다
흑맥주가 9000년을 넘어서도 존재할 맥주일거라는 아서 기네스의 판단은
아직 300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비록 지금으로서는 8700년 뒤의 일을 알 수는 없지만,
저라면 8700년짜리에 한 표를 던지겠습니다.
.

저 통에 빠져 봤으면 좋..을거 같지않고, 역시 맥주는 맥주용컵에 마시는 것이 최고다!
저 사진의 파란 하늘이 있는 한, 사람들은 9000년을 넘어
영원토록 맛의 차이에 대해 연구할 것입니다.
그것은 지금 어디선가 이루어지고 있는 마술과 같은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여러분의 부엌에서, 여러분의 음식에서,
여러분의 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분만의 맛인 것입니다.
그럼 모두의 酒酒 생활에 건투를 빕니다!
...
잠깐 맛이 차이가 전부 다르다면, 내가 리뷰하는 것이
소용없어지잖아~ 안돼, 그러면 안돼~~ 취소야, 취소!
평등한 맛은 있소! 내가 평등한 맛...

# by | 2008/07/18 06:36 | 酒酒클럽 - (술이야기)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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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 그놈의 위젯이 너무너무 싫어요ㅠ 병 딸 때마다 넘쳐서...;;;;;;
리뷰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네스맥주는 정말 놀라운 맥주입니다.
그런데.. 저도 별빛수정님과 같은 이유로 그 놈의 위젯이 정말 싫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기네스 리뷰 (1)에 자세히... 하하하
저는 이러지만 울 신랑은 커피향이 난다고 하면서 아주 좋아한답니다. ㅎ
그런데 궁금한데, 지금도 공장부지 대금 45파운드는 매년 지불되고 있나요?
슈타인호프 // 반드시 지불되고 있을 겁니다. 서구 유럽의 역사는 계약의 역사라서...
메르키 // 별들에게 물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