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만들기와 설정놀음.


 요즘 쓰지 않으려고 하다가 결국 써버리는 gargoil입니다.

 갑작스럽지만 오늘은 이야기의 바탕이 되는
 세계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세계관이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해서 세계관은 우리 세상 그 자체입니다.

 이야기란 보통 인물간 갈등으로 만들어집니다.
 흔히 그 인물들은 작가가 만들어 내기 때문에
 얼마든지 작가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절대로 인물들은 작가 멋대로 조종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어떤 사람인 이상,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럼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세상도 작가 마음대로 만든 것 아니겠느냐,
 맞습니다. 그러나 그건 작가 마음대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 사회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것들,
 역사, 철학, 과학, 문화, 언어, 종교, 법률, 관습 기타등등이
 없다면 우린 그것을 사회라고 보지 않습니다. 

 때문에 작가가 만든 사회도 우리 세상의
 여러 사회적 규칙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의 인물도 우리와 전혀 무관하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세계관을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주는 세상이 되어야 함과 동시에
 자신이 만든 인물들의 행동과 성격에까지 영향을 주니까요.
 
 자, 그럼 대부분의 이야기들에게서 세계관이 어떻게 녹아 들어가 있는가.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이미 있는 것을 그대로 따와서 만듭니다.
 과거 역사나 현재 역사가 반영된 것들.
 로미오와 쥴리엣, 이순신, 프리즌 브레이크, 
 그 다음으로 갖다 쓰는 게 성서나 신화, 설화, 귀신
 캐리비안의 해적, 엑소시스트, 귀신이나 유령관련 영화등

 그런데 세계관을 만들어 내는 장르가 딱 두 개 있습니다.

 환타지와 SF입니다.
 이 두 가지는 애시당초 배경이 우주저너머 이역만리에 날아가 있기 때문에 
 독자적인 세상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러나 역시 그냥 만들지는 못합니다.
 없는 걸 어떻게 만듭니까?
 그래서 환타지는 신화나 설화
 SF는 과학기술, 미래기술을 참고해서 만듭니다.

 자, 그럼 세계관을 만들었다고 칩시다.
 작가는 이 세계관에 맞는 이야기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게 읽히고 팔립니다.
 
 그러나 이야기의 재미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 번 보면 끝입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즐길 때,
 어느 인물이 어떤 목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즐깁니다.
 그리고 목표가 완수되면, 이야기는 끝입니다.
 더 이상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끝난 후,
 이야기가 재미있었다면, 독자는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또 다른 이야기(세계관)가 궁금해집니다.
 대체 뭔 생각하고 이런 세상에서 애들이 머리 굴리는 걸까...하고.
 그리고 세계관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수단인 세계관을 학습하게 됩니다.
 학습이라고 했지만, 이야기에 의해 홍보된
 세계관은 사람들에게 그 자체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보고 무수한 레골라스, 아라곤, 갠달프의 신도들이
  톨킨의 세계를 연구, 공부하였죠. 참고로 전 사우론, 사루만, 김리의 신도...)
 
 그런데 아까 세계관이 무엇이라고 했죠?
 우리 세상을 반영하는 사회나 관습, 역사, 문화라고 했죠?
 그건 이야기의 규칙이 되고, 목적을 이루는 하나의 수단입니다.

 즉, 우리는 이야기가 주는 목적에 재미를 느끼기도 하지만,
 목적을 이루는 수단에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게임으로 치면, 이야기가 주는 목적에 재미를 느끼는 RPG가 있고,
 목적을 이루는 수단에 재미를 느끼는 시뮬레이션게임(문명)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러한 잘 만들어진 세계관의 특징이 세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개방적이란 것입니다.
 좋은 세계관은 어떤 하나의 이야기외에도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남깁니다. 던젼앤드래곤스 세계관 하나로
 무수한 소설과 게임들이 만들어 졌죠.
 
 두 번째. 지속성을 가집니다.
 잘 만들어진 세계관은 확장에 확장을 거쳐
 수십년 동안 울궈먹을 수 있는 역사와 전통이 됩니다.
 블리자드의 게임들이 그걸 잘 해냈죠.

 세 번째 잘 만들어진 세계관은 
 그 자체로 문화적 코드를 만들어 냅니다.
 이건 장르면에서 경우면에서 좀 예외적인 건데,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일본이란 문화적 코드와
 이야기 형식은 서구인들을 완전히 매료시켜 버렸습니다.
 후대 일본의 이야기 작가들이 그것을 이용, 확장해서
 아주 일본을 젠(선)과 사무라이의 나라라는
 환상 오리엔탈리즘의 나라로 만들어 버렸지요.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은 나중에 이를 후회했다고 합니다만...)

 그럼 우린 어떠한가?
 우리는 대개 1회성의 재미, 목적에 의한 재미만을
 수행하면 끝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전통있고, 역사가 있는 것을 발견하기 어렵죠.
 그건 우리나라의 이야기 분야가 장르면에서
 심각하게 취약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장르면에서 취약하다는 건,
 우리가 다루는 이야기 소재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고,
 소재가 한정되었다는 건 상상력의 폭이 좁다는 것을 의미하며,
 상상력의 폭이 좁다는 건, 경쟁력이 약하다라는 것을 말합니다.

 이야기는 뭐 하나 딱 만들고 끝.
 이런 이야기도 물론 필요합니다만,
 우리가 좀 더 심도있고 수명이 긴 이야기를 만들려면
 반드시 세계관이 있어야 합니다.

 그럼 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세계관 암만 좋아봤자 이야기가 중요한 게 아니냐.
 맞습니다. 
 하지만 좋은 이야기는 우리 사회를 잘 반영하는 거울이고,
 우리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은 세계관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좋은 이야기가 나오려면 좋은 세계관 역시 필요합니다.

 그럼 [우리]가 세계관을 만든다는 건 무엇인가.
 우리가 만드는 세계관은 꼭 한국의 것을 바탕으로
 만들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아예 한국의 것이 없다는 걸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세계관에는 어떻게든 한국문화가 안 들어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한국문화권에서 사니까요.
 제 말은 어떻게든지 한국의 것이 들어가니까.
 굳이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만들어도 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세계관을 만들 때 절대로 지켜야할 원칙이 있습니다.
 반드시 역사와 문화가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살며, 어떻게 살아 왔는가.
 세계관에도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는 겁니다.

 이거 없이
 그저 인구가 얼마고, 어떤 나라가 있고,
 병력은 얼마며, 국토 크기는 얼마고
 지도는 어떠며, 뭐 이딴 것만 있으면,
 그건 그냥 설정놀음이라고 하죠.
 
 제가 알기로는 세계관을 제대로 만든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이영도 씨의 [갈증나서 환장한 새] 시리즈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새 시리즈]도 외국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한계점이 있는데, 
 혹시 알려졌나요? 나만 모르는 건가...?

 정리해보죠.
 세계관이란 건, 이야기의 뿌리입니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 바람에 아니 흔들릴새
 처럼 좋은 이야기에는 좋은 세계관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세계관을 가져다 쓰지만,
 SF나 환타지 장르는 세계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만든 세계관은 개방적(호환성), 지속성, 문화적 코드를 가집니다.
 아직 한국에는 제대로 된 세계관을 가진 이야기가 없으며,
 이는 경쟁력이 약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세계관의 필수 요소가 있는데, 그건 역사와 문화였습니다.
 그나마 환타지계에서는 이영도씨가 활약해 주었지만, 
 그 분외에 누가 계시는지...
 게다가 SF장르는 사하라 사막 수준. 

 SF장르는 그 나라의 상상력의 최극단이라고 하는데,
 언제 등장할 지.... 조금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드네요. 
 워낙 시장상황이 시궁창이다 보니..
 만일 제게 정말 좋은 작품이 있다면, 들고 외국으로 튈 겁니다.
 (미국과 일본, 유럽은 뭐... SF의 보고니까.)


 그럼 좋은 하루되세요,

by gargoil | 2009/04/16 03:47 | 樂書의 章 (락서 / 낙서의 장)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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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스카이츼 at 2012/08/03 22:59
우와..이말 3년이 지나도 세계관이 즁요하죠??
Commented by gargoil at 2012/08/05 11:39
스카이츼//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사건-배경 작업이 되죠.
Commented by 스케이븐 at 2014/06/15 19:09
잘 읽고 갑니다. 뼈대있는 세계관이란 참 중요한 요소이겠죠...
세계관을 잘 만든다는 건 참 어려운것 같습니다 ㅋㅋ
Commented by 오디세우스 at 2016/04/03 22:17
잘 읽고 갑니다!! 읽고서 세계관이 중요함을 깨달았어요.
Commented at 2016/11/26 13:0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astel at 2017/01/31 01:36
감사합니다. 게임의 기획이란 꿈을 가지고 있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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