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16일
酒酒클럽 013. 맥주의 자존심 칼스버그.
안녕하십니까? 어질어질 헤롱헤롱의 gargoil입니다
너무 오래간만의 포스팅이라 좀 화려하고 멋진 걸로 가자!
하다가 푸스까페 스타일 칵테일을 여러 잔 망쳐먹고는,
그래, 역시 사람은 기본에 충실할 때 아름다운 법이지 어쩌구...
중얼거리면서 냉장고에 고이 모셔두었던 전설의 무기를 꺼내들었습니다.
이거라면, 푸스까페건 뭐건 한 방입니다.
저 유명한 맥주 칼스버그입니다.

서양에서 술의 역사는 대단히 복잡 미묘합니다.
그것은 그들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을 지니는데,
서양 역사에서 술은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종교, 세금, 법률, 사회와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었기 때문이죠.
칼스버그같은 경우도 그런데,
그 부분은 제가 불분명하게 아는 부분도 있으니
특별히 기술하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맥주는 물에 보리를 담궈, 싹을 틔운 후 건조시킨 몰트란 것으로 만듭니다.
이 몰트에 효모를 넣고 발효시켜서 만들면 맥주,
증류시키면 위스키가 되지요. 몰트가 너무 사랑스럽지 않나요?
서양사람들이 맥주를 마시며, 전쟁도 하고, 사랑도 나누고,
사상적 마녀를 잡아다가 목자르고 불지르고 하며 띵까띵까 삶을 보내던 1840년경.
맥주 양조장이 제이콥 크리스찬 제이콥슨이란 사람이 있었습니다.
당시 맥주를 만드는 일반적인 방법은 발효통 위에 효모가 둥둥 뜨게 해서
발효시키는 상면발효법이엇습니다.
그런데 맥주세계에 신기술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것은 맥주위에서 효모를 가라 앉힌 상태로 발효시키는 하면발효방법이었죠.
제이콥슨은 이 하면발효방법이 앞으로 맥주 세계를 지배할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양조장에 장남인 칼과 언덕을 뜻하는
berg를 합쳐 칼스버그란 이름을 붙였죠.
그것이 1847년 11월 10일.
세계 맥주팬들과 리버풀 팬, 그리고 칼스버그 그룹에게 있어서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과연, 그의 안목대로 하면발효하는 라거맥주는 현재 맥주시장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죠.
한편, 제이콥슨은 칼스버그 연구소를 만들고, 맥주 발효의 핵심인 효모에
대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여 어떻게 하면 더욱 질 좋은 맥주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도중 장남 칼이 아버지 제이콥슨과 맥주제조방법에 대한 의견차이로 짝 갈라서게 됩니다.
덩달아서 양조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아버지 제이콥슨 파, 아들 칼 파로 나누어지게 됩니다.
아버지 제이콥슨은 기가 막혔습니다.
기껏 키워준 아들이란 녀석이 멋대로 집 나가더니 직원들까지 덩달아 뺏아가니
아버지 입장에서는 실로 환장하고 복장 싸지르는 일이었지요.
성질 급한 아버지 같았으면 그냥 귀싸대기 백만파워...
뭐 아들 칼도 아버지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아버지는 한 번 개혁을 일으켰고,
그 덕분에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죠. 그러나 그렇게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아버지도 자기가 성공한 방법외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
벽창호스럽고 외고집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아니 왜 전에는 그렇게 효모연구하고, 개혁쇄신어쩌구 하던 분이 왜 이제서는
웅크린 아르마딜로 같이 행동하는가.
지금 눈 앞에 더 매력적인 방법이 눈 앞에서 섹시한 포즈를 짓고 있는데 말이다.
아들은 깝깝했습니다. 내가 아주 쇳덩어리 벽이랑 러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구나...
결과적으로 앗싸~
아들 칼의 승리고 끝났고, 그것이 우리가 현재 접하는 칼스버그
맥주의 원형이 되었습니다만, 글세요. 아버지와 아들간의 관계로 봤을 때
그다지 바람직한 모습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을 막무가내로 비난할 수도
없는 것이 대부분의 아들과 아버지의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곤 하기 때문입니다.
뭐 저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좀 더 자세하게 썰을 풀자면 또 밑도 끝도 없어지는 것이 칼스버그 이야기라
일단 여기서 각설하겠습니다. 사실 저도 그 이상은 잘 모르는 지라...가 아니라!
음...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Kristof Glamann이란 사람이 쓴
Jacobsen of Carlsberg. Brewer and Philanthropist
(칼스버그 : 양조장이, 그리고 억만장자)
란 책이 있군요. 소설판이고, 물론 번역판은 없고, 원서 온리일 가능성이 쿨럭.

제이콥슨은 북구 복지 나라 시리즈 중 하나인 덴마크 사람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글세, 프랑스혁명전쟁시기의 덴마크는 그렇지 않았을텐데?)
자신이 번 재산을 사회에 잘 환원했고, 덕분에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꽤나 번듯해져서, 후손들의 관광수입에 짭짤한 도움을 주었죠.
뭐... 그렇다고 제이콥슨이 어느 황당한 나라의 누구처럼 대충대충
토목공사에 때려박거나 재개발한답시고
사람들 멀쩡히 살고 있는 동네를 불도저와 용역으로 밀어버린 것은 아니고,
그는 주로 아름답고 예술적인 건축물에 많은 기부를 했죠.
시간은 흘러 흘러 칼스버그는 이러쿵저러쿵 번성했고,
오늘 날에도 잊혀지지 않는 맛으로 세계 유명 맥주중 당당히 이름을
내걸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하게 됩니다.
아.. 브랜드. 너무나 간만에 포스팅한 김에 헛소리 좀 나불거리자면,
언제였더라 1990년대 중반에 브랜드 파워인가 뭔가 어쩌구해서
어느 황당한 나라의 기업들이 들썩들썩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뭐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그 황당한 나라의 사람들은 브랜드란 1, 2년안에 빤짝빤짝
마케팅 기법으로 뚝딱 형성되는 것이라고 믿었죠.
(황당하게도 지금도 이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고고고, 고~위직에.)
그런데 그 뭐다시냐 외국사람이 브랜드 어쩌구 쓴 책을 보면
브랜드는 수십, 수백년에 걸쳐서 만들어지는 상징, 역사같은 거라고 썼었죠.
광고업계에서는 한국도 이제 100년 쯤 기업이 성장했으니 서서히
브랜드가 나올 때가 되었다고 하지만, 글세요...
가끔 뉴스에서 보는 저명한 마케팅 석학 아저씨들의 말을 들어보면
S 나 L 기업같은 경우는 여전히 싸고 질 좋은 공산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이걸로 포지셔닝해먹어라.. 요러고 있던데.
하지만 최근 한국기업들의 공격적인 현지화 마케팅들을 보면
정말 우와아~~한 것들이 하나까득.
그런데 문제는 그 회사들을 한국기업이라고 아는 사람은 0.000000001파센또.
업계사람들도 잘 모른다고 하덥니다. 이런그런.
잡설이 너무 길어졌네요. 죄송합니다.
한 잔 돌리겠습니다.

냉장고에서 서리가 바글바글하게 낀 녀석을 싹 갖다 놓습니다.
벌써 기대 반, 두근 반, 침 질질입니다.

칼스버그 로고 위의 왕관은 덴마크 왕가에서 맥주 참 맛난다고 상줬다는
표식입니다. Royal warrant라고 하는데, 기네스 맥주가 받은 퀸즈 어워드랑
비슷한 의미죠. 왕실 공식 맥주. 맛만 따져본다면 받을 만하죠.

공식후원사이기도 하죠. 92년도 부터 후원하기 시작했다는데,
지금은 칼스버그 공식 축구팀이 아닐까 실로 의심됩니다.

좋은 센스입니다.^^

우와 향이 장난이 아닌데... 였습니다.
맥주 향신료인 홉을 그냥 아주 때려박았는지
강렬한 향이 침샘을 콕콕 찌르는 군요.

칼스버그의 맛은 향처럼 상당히 다채롭습니다.
일단 보리와 홉의 향이 강하구요.
끝에 홉의 쓴맛과 효모의 단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집니다.
단맛의 형태는 벨기에 맥주 듀벨과 같은 달콤한 과일 단맛과는 다른데,
칼스버그의 단맛은 우리가 밥을 먹을 때 오래 씹으면 나는 단맛과
유사합니다. 음 진하고 구수해요. 과연 효모에 신경썼군요.
참고로 전문가들은 맛과 향을 구분하는 포인트가 있다고 하던데,
몇 글자 듣기는 했지만, 그런 거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저 같은 경우에는 들숨날숨쉬면서 향을 내뿜고,
머금고 굴리면서 그 때 그 때 느끼는 맛과 향이 뭔지 판단해봅니다.
그러자면 입에서 맥주를 오물오물거리며 흥흥 킁킁하게 되는데
별로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군요.

웹에서 다른 분들이 쓰신 글을 보니, 그 분들은 칼스버그에 대해서
별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 않은 듯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건 중국산 OEM이거든요.
어떤 분은 중국산 칼스버그를 마시느니 차라리 칭따오를 마시겠다고 하는 분도 계시더군요.
확실히 옛날 호가든과 지금 오가든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있기야 하죠.
(오비맥주가 호가든을 사들여서 만들고 있음. 물이 달라서 그런지 맛이 좀...
그 후로 사람들은 호가든을 오가든이라고 부르고 있음.)
하지만 그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칼스버그 맥주는 효모의 깊은 맛이 인상적인
좋은 맥주입니다.
오늘 하루 지친 정신과 육체를 달래주는데 부족함이 없을 거 같군요.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공지>
수정 전에 칼스버그와 라거맥주를 상면발효라고 썼는데, 그건 잘못 기술한 것입니다.
칼스버그와 같은 라거맥주는 하면 발효를 합니다.
상면발효로 만드는 맥주는 에일맥주계열입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지적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실수없도록 정진하겠습니다. (__) 꾸벅.
# by | 2009/07/16 00:05 | 酒酒클럽 - (술이야기)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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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몰랐던 사실 많이 배워가네요..^^
몰트..정말 사랑스러워요~~흐흐
귀네스에 대해서도 좀 알려주실수 있나요?ㅋ
하면발효맥주가 라거...아닌가요? 'ㅅ'a
제가 알고있는게 틀린게 아니라서 다행이네요. ㅎㅎ
같은 맥락에서 칼스버그도 아시아에서는 덴마크산을 보기가 거의 어렵습니다. 덴마크에서만 생산하는 특별한 sku가 아니라면 대부분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한 맥주를 공급합니다. 특히나 유럽산은 우리나라로 올때 기간도 많이 걸릴뿐더러 맛도 원래의 맛을 보존하기가 어렵습니다.(적도를 두번 지나기 떄문에 컨테이너안의 온도가 40-50도까지 올라갑니다.) 해외공장이라고 하더라도 엄격한 관리가 되어 생산한다면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한 맥주가 더 좋다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가든도 마찬가지 사례구요. 실제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정확히 구별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참고로 홍콩의 칼스버그는 칼스버그 중국공장(광동)에서 생산하는 제품들입니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것도 그 곳 제품이더군요....
상면발효가 먼저 나오고 이후 하면발효가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글 쓰신 분께서 반대로 알고 계신 모양이군요.
저 말고 위에 다른 분도 의의를 나타내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