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국정화와 정부의 완벽성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2년 만에 이 황무지 같은 블로그에
다시 펜을 댄다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식어가는 떡밥일지 모른다는 일말의 두려움을 견디며
이 발언대에 다시 올라선 것은 명백한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판단을 내릴 때 그 판단이 옳고 그름을 가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다루는 것이 무엇인지 또 그것을 다루기 위해서는 어떤 기준이
필요한 지 말하기 위해서 입니다


역사란 과거의 일입니다.
과거의 일은 어떤 것은 자랑스러울 지도 모르고 어떤 것은 부끄러울 수 있습니다.

싸이허세글이나 디씨의 싸움질이나 사촌형네 집에 가서 훔쳐온 장난감들.
내가 유명 연예인이나 축구스타가 나의 친구라고 망상하다 잠들거나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워지고자 노력했고, 얻지 못했던 것들

이 다양한 과거는 내 나이에 따라 달라보입니다.
다른 환경에 처해 있으면 또 달라집니다.

하나의 역사적 사실도 때로는 자랑스러웠던 것이 부끄러울 수 있고,
부끄러웠던 것이 자랑스러워 질 수도 있습니다.

역사는 더 복잡합니다. 하나의 잣대로 해석하기에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한 사실이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나라에 원조물자를 보내기 위해 이륻없는 사람들이 성금을 모으는 가 한편
그 가난한 나라를 통째로 먹여 살릴 곡물로 살찌운 소고기에 만족해 하기도 합니다.
그 소에서 나온 방귀로 지구온난화를 걱정해야 하는 한편,
그 소고기를 다 충당못해 다른나라와 FTA를 맺기도 하지요.

따라서 역사를 올바르게 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의 나'

지금의 나 자신이 아는 것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것.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와
끊임없이 성찰하고 대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정부는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죠.


"역사책 내용이 '지금의 내'가 아는 것하고 완전 딴판이야.
오. 이건 정말 끔찍하군. 내가 직접 나서야 겠어
이제 내 차례야. 니들은 닥쳐."  


역사를 쓰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내용의 정당성을 따지는 것과
절차의 정당성을 따지는 것.

만일 어떤 초인이 있어 양쪽 모두에게 수긍이 갈만한
절대적 내용을 쓴다면 좋습니다. 저는 수긍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완벽하기 않기에 

현재의 우리는 과거의 나와 대화하기에
완전한 성숙이라고 할 수 없기에

어떠한 절대적인 내용도 만들 수 없습니다.

역사에서 자신을 절대적인 초인이라고 말하고
국민들에게 절대적인 역사를 주입시켰던 인물은
딱 한 부류 밖에 없습니다.

독재자라고 하는 그들이죠.

우리는 완벽하지 않기에
다양한 시점에서 내용의 정당성을 다룰 수 있도록
절차의 정당성을 만들어야 합니다.
역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말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드는 것.

우리가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도
절차의 정당성이지 내용의 정당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죠.

우리는 이제 이 명제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간의 끊임없는 대화다.


우리들이 역사에 대해 어떠한 절대적인 선을 긋는다면,

그것은 어떤 잣대에 의해,
언젠가 과거가 될 나와의,
대화의 단절을 의미할 것이며,
이같은 대화의 단절은
우리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함께 해야 할 가장 훌륭한 파트너를
박물관의 유물로 만드는 것이 될 것입니다.


부탁드립니다.
좌이든 우이든 그런 것으로 감정을 건드려
논점을 흐리려는 사람들의 말에 선동되지 말아 주십시오.

역사에 대한 관점은 시대의 가치관과 사람들의 환경에 따라 바뀌는 것입니다.

저는 절대적 가치를 믿는 사람들이 생각하듯
대중은 내버려두면 스스로 떠들다 자멸하는 어리석은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로 대화하고 토론하고 때로는 싸우면서
올바름을 만들어 갈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믿습니다.

그 힘은 설령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정의롭지 못하고,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하지 않는
열린 발언대와 열린 마음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현재시각 2015-11-22 일요일 오후 10시 30분입니다.
3류 발언대를 여기서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by gargoil | 2015/11/22 22:32 | 樂書의 章 (락서 / 낙서의 장)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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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디스커스 at 2015/11/22 22:51
그런 의미에서 절차의 정당성을 존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Commented by gargoil at 2015/11/25 01:11
국정교과서는 어떤 시각 하나만을 반영하고 있으므로 절차적 정당성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Commented by ... at 2015/11/23 09:54
절대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데 역사교과서가 아닌 다른 정부 정책에 대해 이런 논지로 이야기를 하면 받아들이는 분이 거의 없더라구요.
Commented by gargoil at 2015/11/25 01:49
그것이 토론의 영역이 아니라 어떠한 신념의 영역에 있기 때문입니다.

토론에는 열린 마음이 중요한데, 제가 최근 몇몇 토론을 본 결과 옛날의 종교전쟁 같더군요.


토론이 나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결투장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ㅋㅋㅋ at 2015/11/23 11:18
검정교과서가 현시대에 충족을 못시켜주기때문에 국정교과서로 바뀌는 건데요?
Commented by gargoil at 2015/11/25 01:55
역사는 누군가의 만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죠.
Commented by 코로로 at 2015/11/23 20:43
그래서 국정 교과서에는 님도 마음을 여시겠다는 겁니까 닫으시겠단 겁니까?

아니면 나는 방범설비 단단히 하겠으니 너희는 문을 따라는 겁니까?
Commented by gargoil at 2015/11/25 01:33
질의의 요지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국정교과서 찬성이냐 반대냐라는 것이라면 반대고요. 이유는 학문발전에 있어서 절차의 정당성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답변을 달아주신 뜻을 존중하여 부연을 달자면, 검증을 거치지 않은 학설은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에 동의하실 겁니다.

현재 역사학계 통설, 다수설에 입각한 검정교과서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면, 우선 반대측이 그것을 입증하는 것이 학문하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입니다. 교과서는 그 다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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